<<왕은 무리한 질문으로써 그가 대답하기 어렵게 하여 욕을 보이려고 일러 말하기를, "마목현(麻木峴:鳥嶺과 竹嶺)은 본래 우리나라 땅이니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다. 춘추가 대답하기를 "국가의 토지는 신자(臣子)로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臣)은 감히 명령을 좇을 수 없습니다" 하였다. 왕이 노하여 그를 가두고 죽이려 하여 아직 遂行(수행)치 않았는데, 춘추가 靑布 300步를 비밀히 왕이 총애하는 신하 선도해(先道解)에게 주었다. 그런즉 선도해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함께 술을 마셨다. 한창 술이 무르녹을 즈음에 선도해가 웃음의 말로 "그대도 일찍이 거북과 토끼 이야기를 들었는가?>> 옛날 동해(東海) 용왕(龍王)의 딸이 심장(心臟)을 앓았는데 의원(醫員)의 말이, “토끼 간을 얻어 약을 지으면 치료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바다 속에는 토끼가 없으니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 한 거북이 용왕에게 아뢰어 “자기가 그것을 얻을 수 있다.” 하고, 육지로 나와서 토끼를 보고 하는 말이, “바다 속에 한 섬이 있는데, 맑은 샘물과 흰 돌에, 무성한 숲, 아름다운 실과가 있으며, 추위와 더위도 없고, 매와 새매가 침입하지 못하니, 네가 가기만 하면 편히 지내고 아무 근심이 없을 것이다.”라 하고, 이어 토끼를 등에 업고 헤엄쳐 2·3리쯤 가다가, 거북이 토끼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지금 용왕의 딸이 병이 들었는데, 토끼 간이 있어야 약을 짓기 때문에, 이렇게 수고로움을 불구하고 너를 업고 오는 것이다.”라 하였다. 토끼가 (그 말을 듣고) 아아, 나는 신명(神明)의 후예(後裔)이기 때문에, 능히 오장(五臟)을 꺼내어 씻어 넣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일전(日前)에 속이 좀 불편한 듯하여 간을 꺼내 씻어서 잠시 바위 밑에 두었는데, 너의 감언(甘言)을 듣고 바로 왔기 때문에 간이 아직도 그 곳에 있으니, 어찌 돌아가서 간을 가져오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너는 구하는 것을 얻게 되고, 나는 간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어찌 이쪽 저쪽이 다 좋은 일이 아니냐?“라 하니, 거북이 그 말을 믿고 도로 나가 언덕에 오르자마자 토끼는 (거북의 등에서 내려) 풀 속으로 도망치며 거북에게 말하기를, ”너는 어리석기도 하다. 어찌 간 없이 사는 자가 있겠느냐?“라 하니, 거북이 멍청하여 아무 말도 없이 물러갔다고 한다. <<춘추(春秋)가 그 말을 듣고 그 뜻을 알게 되었다. 고구려 왕에게 글을 보내 말하기를, "두 영(嶺:마목현麻木峴과 죽령竹嶺은 본래 대국(大國:고구려)의 땅입니다. 신(臣)이 귀국하면 우리 왕께 청하여 돌려드리겠습니다. 내 말을 믿지 못하신다면 저 해를 두고 맹세하겠습니다" 하니, 왕이 그제야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