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은 5살에 글을 잘 지었다. 장헌대왕(莊憲大王:세종)은 대내(大內:대궐 안)에 데려다 만나보려 하였으나, 세간의 이목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승정원에 불러 시험하게 했는데 삼각산을 글제로 주니, 김시습이 다음과 같이 절구 한 수를 지었다. 삼각산 높은 봉우리 하늘을 찌르니 그곳에 오르면 斗·牛星도 잡을 수 있겠구나 바위굴은 비와 구름만 만들뿐만이 아니요 능히 왕조를 영원토록 편안케 하리로다 대왕이 그를 기특히 여기기는 했어도, 시에 신하가 되지 않으려는 뜻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에 기뻐하지 않는 기색을 하셨다. 대왕은 100필의 비단을 상으로 주시면서 그것을 스스로 날라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였다. 김시습은 100필을 모두 펼쳐 처음과 끝 부분을 서로 묶고 한 쪽 끝을 허리에 묶고는 절하고 하직하고 나가니, 100필이 전부 그 몸에 딸려갔으므로, 대왕께서 더욱 기를 기특하게 여기셨다. 그 뒤 惠莊大王(世祖)이 즉위하자, 마침내 항의하여 벼슬에 나아가지 않을 뜻을 가지고, 머리를 깎았으나 수염은 그대로 두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머리를 깎아 속세에서 도망하지만 수염은 그대로 두어 장부임을 표하노라 대개 옛날에 고승들 중에는 삭발만 하고 수염은 그대로 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는 5살 때부터 글을 잘 지었기 때문에 스스로 호를 ‘五歲’라고 하였는데, 이는 한문으로 ‘오세(傲世:세상에 오만하다는 뜻)’와 음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