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곡 선생이 병조판서가 되었을 때, 북쪽 변방에 오랑캐 니탕개의 난이 일어나 성루에서 戰士를 선발하여 그들을 방어하게 하였다. 난리가 평정되자 선생이 경연석 상에서 아뢰길, “예로부터 나라에서 한번 군대를 쓰면 전쟁이 그치질 않습니다. 나라가 백년 평안하면 백성들은 전쟁을 알지 못합니다. 지금 비로소 군대를 썼으니, 이후로 전쟁이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미리 팔도의 정예병 10만을 선발하여 뜻밖의 일에 대비할 것을 청합니다.”라 하였다. 당시에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그 말을 돕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은 선생이 겁을 먹어 일개 작은 악당을 보고 10만 군사를 준비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 후 임진란이 일어나 전쟁이 풀리지 못한 것이 7,8년이었다. 의정 서애 유성륭이 말하길, “후세에 나는 小人이라는 이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평소에 叔獻(율곡의 字)이 10만 군사로 대비할 것을 청했는데, 내가 사리에 어두운 짓이라 여겼는데, 지금 크게 후회된다. 숙헌은 높은 식견이 있었다. 우리 무리는 부끄러워 죽겠다. 애석하다. 그 때 내가 경연 자리에 참여하여 그 말에 찬성하지 않았음이여!”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