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왕의 이름은 춘추(春秋)요 성(姓)은 김씨(金氏)이다. 비(妃)는 문명황후(文明皇后) 문희(文姬)인데 곧 김유신(金庾信)의 막내 누이이다. 처음에 문희의 언니 보희(寶姬)가 꿈에 서악(西岳)에 올라가 오줌을 누니 서울에 가득 찼다. 이튿날 아침 동생과 꿈이야기를 하니, 문희가 듣고 말하길, “내가 이 꿈을 사겠다.”고 하였다. 언니가 “무엇으로써 사려느냐?”. 말하길, “비단 치마를 팔면 되겠오？” 하니 언니가 좋다고 하였다. 동생이 옷깃을 벌리고 받으려 하니 언니가 “어젯밤 꿈을 너에게 준다.”고 하였다. 동생은 비단치마로 갚았다. 그 후 열흘에 김유신이 김춘추와 함께 정월(正月) 오기일(午忌日)에 자기 집 앞에서 공을 차다가 일부러 춘추공(春秋公)의 옷을 밟아서 옷끈을 떨어트리고 말하기를 “청컨대 내 집에 들어가서 옷을 꿰매자.”라 하니, 공(公)이 그 말을 따랐다. 김유신이 아해(阿海:寶姬)에게 옷을 꿰매 드리라고 하니, 아해가 말하기를, “어찌 사소한 일로써 가벼이 귀공자를 가까이 하겠습니까?”라며 사양하였다.(고본古本에는 병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김유신은 아지(阿之:文姬)에게 명하니, 공(公)이 유신의 뜻을 알고 드디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뒤로부터 공(公)이 자주 왕래하였는데, 유신은 누이가 임신한 것을 알고 꾸짖기를, “네가 부모님께 고하지도 않고 임신했으니, 이 무슨 까닭이냐?”라 하고 나라 안에 말을 퍼뜨리며 누이를 불태워 죽인다고 하였다. 하루는 선덕왕(善德王)이 남산(南山)에 놀러 가는 것을 기다려, 나무를 마당 가운데 쌓아놓고 불을 지피자 연기가 피어올랐다. 왕이 바라보고 무슨 연기냐고 물으니, 좌우에서 아뢰기를 “아마 김유신이 누이를 불태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라 하였다. 왕이 그 까닭을 물으니, 아뢰길, “그의 누이가 남편 없이 임신했기 때문입니다.”라 하였다. 왕이 말하길, “이것이 누구의 소행인가?”라 하자, 그 때 공(公)이 가까이서 모시고 있다가 얼굴빛이 크게 변했다. 왕이 말하길, “이게 네 소행이로구나. 빨리 가서 구제하도록 하라.”고 하였다. 공(公)이 명을 받고 말을 달려가 임금의 명을 전하고 이를 저지시켰으며, 그 후에 즉시 혼례를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