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가 파킨스씨병 진단을 받으신지 10년째,
찾아뵐 때 마다 부서질 것 같이 사그라드는 엄마의 몸 앞에서 딸인 나는 참혹했다. 
그런 엄마를 생각하며 신청했던 연수였다.
웰빙라이프를 꿈꾼 것이 아니라 엄마의 몸에 가까이 가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연수를 막 듣기시작할 무렵 어머니의 병세는 갑자기 악화되었다.
근육이 점차 굳어가는 엄마는 이젠 당신 발로 서는 일 조차 못하신다.
아이처럼 바닥을 기어다녀야 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그런 엄마를 보고 온 날은, 연수를 듣다말고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에 어찔할 바를 모르곤 했다.
왜 좀더 일찍 이 병에 대해 알아보려하지 않았을까...후회를 해본들 부질없는 일이었다.

몸이 점차 굳어가면서 오로지 말씀하시는 기능만 남아있는 엄마, 
조만간 식도도 기도도 굳어가면서 말씀을 하기 힘든 상황이 오리라.
그전에 부지런히 찾아가 엄마의 한많은 어리고 젊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녹취하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엄마의 자서전을 써나갈 것이다.
당신 가시기 전에 그녀의 품에 꼭 딸이 쓴 자서전을  안겨주고 싶다.

연수를 들으면서, 엄마가 내게 바라시는건 뭘까 생각했다.
아마도 아들 딸 손주들이 당신처럼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시리라.
내몸을 챙기고 아프지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임을 알겠다.

'웰빙라이프를 위한 의학상식' 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을 넘어서
엄마와 나를 잇는 끈, 그리고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 연수였다.

본래 점수같은 것에 욕심이 없는 나이건만, 이번엔
꼭 시험을 잘봐서 어릴적 학창시적 그랬듯 엄마에게 자랑해볼까 싶다.
그러면 젊을 적 엄마의 얼굴로 참 잘했다 쓰다듬어주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