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받고 저학년은 처음입니다. 
오후 학생들 하교지도를 하고 방과후 부진아지도를 끝내고 나면 사실 피곤이 밀려오며 얼마간의 공허함을 느낍니다. 제가 갖고 있는 얼마되지 않는 지식을 퍼주기만 하니 자꾸만 무언가가 비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처럼 학교가 눈코뜰새없이 바쁠때 저학년을 맡고 있으니 무언가 보람되고 알찬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격연수를 생각하게 되었지만 원격의 단점인 긴장감이 없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텝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만 배울 것이 아니라 나도 배우고 싶다는 열망과 60시간이수와 시험이라는 목표, 혹여 점수미달이면 이수증이 나오지 않을거라는 긴장감으로 남들이 무모하다고 하는 과목을 수강신청했습니다.

 김태희 선생님의 톡톡 튀는 말투와 너무나 적절한 비유를 곁들인 설명, 원격연수를 여러번 수강했지만 이번처럼 재미있기는 처음이예요. 우선 선생님 말씀대로 노트 한권을 정해 설명해주시는 내용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문제와 연관된 단어, 숙어도 정리해주시고 유사한 기출문제도 콕콕 찝어서 말씀해주시고 지루하기 쉬운 문법을 문장해석에 기초해서 풀어야한다는 설명과 예문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주셔서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문법은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애와 같이 고민하면서 풀고 어휘는 같이 단어장을 만들어 서로 번갈아가며 시험을 쳤습니다. 독해할때는 아이둘과 저 이렇게 식탁에 앉아 각자 영어책을 펼쳐두고 각자 소리내서 읽으면서 독해를 했어요. 역시 소리내면서 하니까 더 잘된다고 은근히 아이들의 공부를 강요(?)하면서 즐겁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시험당일에는 아침부터 문제집을 처음부터 다시 복습하며 수능이후로는 처음으로 공부다운 공부를 하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오늘 이수증을 출력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다음 학기에는 회화관련 연수를 수강하고 텝스는 우선 보아둔 책을 먼저 공부한 다음 중고급을 하려구 합니다.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고 가르치면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배움이 가장 즐거운 것이란 것을 이번 연수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수증을 출력하면서 성적이 적혀 있는 것으로 한장 뽑았습니다. 자랑스럽게 보여주려구요.

감사합니다.